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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유피플] “세상을 바꾸는 15분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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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하루 24시간으로 따지면 15분은 무심코 지나칠 지도 모를 시간이다. 하지만 이 15분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숨겨져 있던 잠재성을 끌어올리기엔 부족함 없는 시간이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이하 세바시)은 TED 형식의 한국형 미니 프리젠테이션 강연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분야 강사들이 저마다의 주제로 ‘15분’의 이야기를 전하고 시청자와 공유하자는 기치를 내걸었다. 세바시는 현재 CBS에서 방송되며, 다양한 인터넷 매체에 강연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CC 유스는 ‘15분’이라는 시간으로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실험에 나선 CBS 구범준 PD를 만났다.

구범준 PD는 최근 TED, 이그나잇, 인문학 강연 시리즈 등 발표 형식의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 사람들의 자발성이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외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자기가 듣고 싶은 것을 직접 자발적으로 찾아 듣는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 TED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한국인들을 위해 한국어로 한국사람의 한국사회를 이야기하는 강연회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세바시를 만들게 되었죠.”

구범준 PD는 기왕 지식 위주의 교양 콘텐츠를 만든다면, 내부적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자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유통 가능한 콘텐츠란 돈으로 사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돌려볼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어제 좋았던 강연은 오늘 또 봐도 좋고, 오늘 본 강연은 내일 또 봐도 좋으니까요.”

단지 사람들이 보고파하는 콘텐츠를 돌려보게 하는 게 목적이었을까. “최종 목표는 우리도 TED와 같은 ‘지식 강연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죠.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자신이 듣고 싶었고 알고 싶었던 내용을 찾아 들을 수 있는 그런 토양 말이에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토양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범준 PD가 말한 ‘데이터베이스’란 유행을 타지 않고 필요에 의해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지속가능한 콘텐츠라 하겠다. 그렇지만 세바시가 그런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15분’이 짧지 않을까. “철학자 강신주님이 말씀하셨어요. ‘15분만에 무언가를 했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다. 15분이 15분 안에 끝났다고 생각하면 그 시간은 오히려 당신에게 독이 될 것이다. 당신이 15분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그것이 15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라고요. 사실 15분 만에 뭐가 바뀌기엔 힘들지만, 만약 15분의 강연을 듣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더 나아간다면 내가 바뀔 것이고, 그렇게 바뀐 사람이 여러 명 모이면 세상이 바뀔 테죠. 강연에서 얻은 영감이 자신의 인생과 연결돼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바시는 누가 봐도 TED를 떠올리게 한다. TED만큼 전세계 시선을 집중시키진 않더라도, 세바시만의 매력이나 가치는 분명히 있을 게다. “가장 큰 차이는 우선 언어와 문화에요. TED는 글로벌하지만 서구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는데, 우리와 그들의 문화가 많이 다르다보니 TED 강연을 보고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죠. 세바시는 한국인이 언어나 문화 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세바시의 또다른 특징은 대중성이다. “TED 컨퍼런스만 봐도 6천달러라는 비용을 내야 하고, 그 만큼 학식 있고 연륜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찾죠. 세바시는 대중적이에요. 우선 강연 주제가 쉬워요. 실제로 강연장에 어린 학생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오시기 때문에, 강연자들에게도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강연을 요구하고 있어요.”

세바시는 현재 페이스북과 트위터(@cbs15min)를 통해 세바시 관련 정보와 강연 동영상을 제공한다. 소셜 네트워크로 시청자 의견을 받아 방송 제작에도 반영한다.

“요즘엔 SNS를 무시할 수 없죠. 그래서 처음 세바시를 제작할 때도 홍보 전략으로 제일 먼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시간이 흐르며 페이지의 ‘좋아요’수가 늘어나는 만큼 강연장을 찾는 사람 수도 늘어가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그 분들이 강연 동영상을 공유도 많이 해주시고 댓글을 통해 피드백도 많이 주셨어요. 커뮤니티 전략이 우리 세바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죠.”

세바시는 방송 동영상을 이용자들이 돌려보도록 대가 없이 풀었다. 전통 방송국 개념에선 이런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테다. “세바시는 기본적으로 공유를 전제로 시작했죠.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가치, 즉 공유와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이라는 가치를 얻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유튜브나 다음 tv팟 같은 웹사이트 동영상 조회수가 올라가면서 페이스북 ‘좋아요’ 수도 덩달아 올라가는 게 눈에 확연히 보였어요. 아, 이게 오픈의 힘이구나 라고 느꼈죠.”

그렇다면 앞으로 세바시는 또 어떤 가치로 ’15분’을 채워나갈까. “언젠가는 지금보다 강연할 사람이 줄어들고,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내가 모르는 내용으로 강연하는 날도 오겠죠. 하지만 전 이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전문가나 학자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와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세바시가 마련한 ‘15분’은 사실 세상을 멋지게 바꾸는 시간이 아니었다. 우리가 서로의 생각을 듣고, 공유하고, 소통하며 가까운 것부터 바꿀 수 있는 그런 발판을 꿈꾸지 않았을까.

글쓴이 강보연(@kbyhaha).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의 대학생 자원활동가 그룹 ‘CC 유스’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실시간 관찰자’(^^) 역할을 맡았다. 온라인에선 ‘깡보’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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